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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던 귀신의 비밀 <한국의 공포 콘텐츠 속 여자 귀신의 성장>

by KOCCA 2014. 7. 2.




※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 여름인가요? 벌써 30도를 웃도는 기온에 아이스 음료와 빙수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죠. 단순히 먹거리만 여름을 알리는 건 아닙니다. 조금 있으면 박스오피스를 가득 메울 공포 영화들, 다들 기대하고 계시죠? 오늘은 한국 공포 영화의 진정한 호러퀸! 여자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서 우리는 이 ‘귀신’이라는 괴물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귀신의 경우 한국, 중국, 일본 삼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괴물로 서양역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괴물입니다. 특히 ‘한’이라는 정서를 가진 여자 귀신의 경우 확실히 아시아권의 독보적인 괴물이라고 할 수 있죠.


민간 신앙이나 설화에 등장하는 여자 귀신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기본적인 구조는 사실 다 비슷비슷하죠. 대부분 억울하게 죽은 여자가 귀신으로 나타나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으니까요.



▲ 사진1 1972년 作 장화홍련전 포스터



사실상 이 여자 귀신들은 유교질서가 지배하던 조선 시대에 도구로써 이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화에 등장하는 여자 귀신들은 대부분 지배 질서에 기대해서 자신의 원한을 풀 수 있기를 기원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장화홍련전 같은 경우가 있죠. 초월적인 힘을 가진 ‘능력 있는 귀신’의 모습보다는 원님이나 당시 권력에 기대서 본인의 한을 풀고 떠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서사를 해석해보면 이 귀신들이 당시 조선 봉건질서의 보조자로 활용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사진2 1960년 作 하녀                      ▲ 사진3 1965년 作 살인마               ▲ 사진 4 1972년 作 며느리의 한



그렇다면 이런 여자 귀신을 활용한 한국의 공포영화는 어떨까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된 한국 공포영화의 경우 설화 속 ‘여자 귀신’의 본질은 살리고 있습니다. 한이 맺힌 죽음인 거죠. 다만 복수의 방법에서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여자 귀신들이 더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타인에게 복수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귀신들은 단순히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것을 넘어서 가해자의 가족이나 무고한 사람들 등으로 복수 대상의 범위를 과잉 확장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경향들은 한국 근대화 과정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시작된 가부장 중심의 근대화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여성을 과잉 억압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러한 억압이 여성을 타자화하기 시작합니다. 사회의 소수자로 만들고 대상화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타자화된 여성들은 공포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위협적인 힘을 가진 흉측한 괴물로 표상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초기 공포 서사를 이끌었던 1960~70년대 고전 영화들은 주로 가부장제에서 상처받은 여성들을 여자 귀신 중심에 두곤 했습니다.



▲ 사진5 1998년 作 여고괴담



이후 충무로에서 잠시 주춤했던 한국의 공포 영화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개봉했던 <여고괴담>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90년대 급성장한 한국은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IMF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부실을 전 세계에 알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학교 폭력 등 많은 문제가 공포 영화의 하나의 서사 코드로 등장하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고전 공포영화들이 취했던 ‘복수의 서사’는 그대로 유지하되, 그 장소와 대상이 변모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60~70년대 공포 영화들이 주로 집안의 갈등과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등을 소재로 했다면 현대의 공포 영화들은 입시 지옥 속 학교를, 엉망이 되어가는 사회를 배경으로 공포 영화의 서사를 구축해가기 시작합니다.



▲ 영상1 2003년 作 여고괴담3 여우계단



이런 변화는 여자 귀신들의 존재 방식에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60~70년대 공포 영화들이 한결같이 복수의 대상 앞에 등장해서 그를 괴롭히는 이야기 구조를 선택했다면, 현대의 공포영화는 복수의 대상을 한정 짓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죠. 등장하는 도구들 역시 현대화되었는데, 카메라나 휴대전화, 컴퓨터 등 특정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이 시기 한국 공포영화의 가장 큰 서사의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90년대 이후 등장한 현대 공포영화들은 귀신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습니다. 여자 귀신이 등장하지만, 그 귀신의 사연을 풀어가기 위한 ‘주인공’을 따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주인공들의 경우도 대부분 여성인데, 일종의 ‘여귀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여주인공들은 이 귀신의 원한이 시작한 곳을 찾아 헤매고, 그녀의 행적을 밟으며 자신의 사연과 결부시켜 나갑니다. 바로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들, ‘호러퀸’의 등장이죠.



▲ 영상2 2003년 作 장화, 홍련



귀신의 사연을 중심으로 여주인공을 만들어 서사를 구축하던 일반적 경향 속에서 한국형 공포의 새로운 신호탄을 올린 영화가 있습니다. 2003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입니다. 이전의 공포 영화들이 여성 귀신과 여주인공의 공통점을 찾는 일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장화, 홍련>의 경우 여자 귀신을 다시 주인공의 자리로 복귀시켰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60~70년대로 회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귀신’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유령을 의미하는 귀신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 숨겨진 끔찍한 모습을 표상화 한 존재로 등장하니까요. 주인공은 원한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귀신의 존재를 만들어냅니다.


사실 영화 <장화, 홍련>은 새어머니가 등장한다는 것 빼고는 고전 소설 <장화홍련전>과 공통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은 극 중 임수정이 연기한 ‘수미’라는 캐릭터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서사적 도구로써 활용됩니다. 여자 귀신, 즉 실제 귀신은 아니지만 '수미'로 표현되는 괴물의 환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욕망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영화의 서사는 동생을 구하지 못한 언니의 죄책감과 억압된 환상을 보여줍니다. 생모와 동생이 죽은 집에 ‘새어머니’라는 인물의 등장은 수미의 죄책감을 해방시켜주는 대상인 것이죠. 수미는 ‘여자 귀신’의 존재로 스스로 정체성을 분열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미의 환상은 ‘새어머니’를 가해자로 만들고 ‘동생’을 피해자로 놓음으로써 모든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리하면 결국 모든 공포의 과정들은 한 사회의 시대상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다뤄본 ‘여자 귀신’의 경우 그 당시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조선시대에는 유교질서에 여자 귀신들을 편입시키고, 이어 근대화에 억압된 여성을 지나 현대화된 욕망까지. 공포 영화 속 숨겨진 ‘여자 귀신’ 성장 이야기 어떠셨나요? 올해는 어떤 귀신들이 우리의 더위를 저 멀리 쫓아줄지 벌써 궁금하지 않으세요?



ⓒ 사진 출처

- 표지 영화 <장화홍련전(1972년 )> 포스터

- 사진1 영화 <장화홍련전(1972년 )> 포스터

- 사진2 영화 <하녀> 1960년 作 포스터

- 사진3 영화 <살인마> 포스터

- 사진4 영화 <며느리의 한> 포스터

- 사진5 영화 <여고괴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