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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인디팝 듀오 <일렉스틱>이 말하는 버스킹의 빛과 그늘

by KOCCA 2015. 9. 3.



화창한 주말, 대학로나 홍대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흥겹게 음악을 연주하는 '버스커'들의 '버스킹'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거리는 '누구나 사람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곳이죠. 이러한 매력 덕분에, 많은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킹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결국 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데요. 특히 홍익대 앞의 놀이터나 그 인근에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에는 공연을 원하는 버스커들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점점 더 좁은 간격을 두고 경쟁적으로 공연이 진행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결국 오늘날의 버스킹은 '통행 장애물'로 낙인이 찍혀버렸고, 홍익대 인근의 '걷고 싶은 거리'는 '죽고 싶은 거리'로 공공연하게 조롱당하는 실정인데요. 자유로운 문화의 상징이었던 버스킹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인디팝 듀오 <일렉스틱>과의 인터뷰를 통해 함께 알아볼까요?



Q. 먼저, 일렉스틱의 음악과 버스킹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상반된 구성을 통해 감각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인디팝 듀오 일렉스틱입니다. 현재 저희는 다양한 곳에서 클럽 공연과 거리 공연을 같이 하고 있는데요. 거리 공연에서 주로 사용하는 악기들인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 카혼 말고 다른 일렉트로닉 비트를 버스킹에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일렉트로닉 비트와 사운드를 스마트폰 뮤직 어플리케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일렉스틱 하면 거리 공연을 자주 하는 팀으로도 유명한데요. 버스킹을 처음 해보셨을 때의 추억이 궁금합니다. 

A. 저희가 같이 있다가... 정말 별 생각 없이 그냥 했어요. 그래서 가장 처음에 했던 버스킹 공연은 아무런 음향장비 없이, 목소리 하나 기타 하나로 이루어졌죠. <일렉스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 버스킹을 하는 이유가 우리 곡을 들려드리기 위함이라면, 그 당시 버스킹은 공연하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신기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 영상. 일렉스틱 <안달> 버스킹

[출처] 인디팝 듀오 <일렉스틱>이 말하는 버스킹 이야기 (비공개 카페)



Q. 일렉스틱이 생각하는 버스킹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우리 음악을 모르거나, 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 줄 수 있다는 점이죠. 길을 가던 사람을 멈추게 하고 공연을 보게 만들고 또 그 분들이 저희 팬이 되는 상황이 이루어질 때의 쾌감이 버스킹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인 분들은 버스킹으로 저희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버스킹 공연이 끝난 후, SNS를 통해 저희 음악과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찾아서 구입했다며 메시지를 보낼 때 정말 힘이 나죠. 사실 지금 말한 상황과는 반대로 한적하고 낯선 곳에서 버스킹을 하는 바람에, 저희 공연을 아무도 보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저희의 쿠크다스 멘탈(?)을 단련시키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웃음) 확실히, 버스킹은 클럽 공연과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Q. 클럽 공연도 언급해 주셨는데요. 일반 클럽 공연과 버스킹 공연의 차이점으로는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클럽 공연의 장점은 음향을 담당해주는 엔지니어가 있고, 좋은 음향 장비가 있다는 것이죠. 그야말로 '공연만을 위한 장소'니깐요. 그리고 버스킹 공연은... 때로는 날씨에 따라 공연 진행에 직격타를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점을 제외한다면 클럽 공연보다는 제한이 덜한 것 같아요. 관객과의 거리도 저희가 정할 수 있고, 공연 러닝타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버스킹을 하다 보면 어플리케이션을 작동하는 핸드폰 배터리의 소중함이나, 팁박스의 유용함도 깨닫게 됩니다 (웃음) 그리고 버스킹, 클럽공연 둘 다 하는 입장에서는요. 서로 교차되어 관객이 유입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버스킹으로 저희를 알게 된 사람들이 공연 스케줄을 찾아서 클럽 공연을 보러 올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요. 이렇게 클럽에서 버스킹으로, 버스킹에서 클럽으로. 



Q. 말씀해 주신 대로, 버스킹은 팬들과 버스커가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이었는데요. 요즘은 보행자들이나 인근 자영업자에게서 버스킹 관련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버스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도 나올 정도로 문제가 많습니다. 버스킹의 문제에 대해 짚어볼까요? 요즘은 버스킹을 하기 위해서 악기와 장비를 짊어지고 아침부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글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버스킹 장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한 편인가요? 

A. 사실 일정 시간 동안 공연을 하고 난 후, 돌아가면서 버스킹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요. 먼저 왔으면 어느 정도 공연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온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버스커들이 있어요. 공연 컨셉에 따라 러닝 타임은 달라질 수 있으니, 딱히 팀별로 정해진 시간은 없는 것이 맞죠. 하지만 먼저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 시간씩 계속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Q. 버스킹은 사운드 부분에서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최근 일렉 앰프를 사용하는 버스커들이 늘어나면서, 소리가 너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요. 이 문제에 대한 일렉스틱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버스킹에서는, 버스킹을 위한 장비를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전문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스피커 크기와 볼륨 크기는 이미 버스킹이 아닌 것 같아요. 전문 공연장의 볼륨이 너무 커도 민원이 들어오는데 전문공연장이 아닌 곳에서의 큰 볼륨은 당연히 민원이 들어올 수 밖에 없죠. 그건 주변 거주자와 보행자들 뿐만 아니라 같이 버스킹을 하고 있는 버스커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재가 과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주변 점포 외부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버스킹 소리보다 훨씬 더 큰데 그 소리는 그냥 두고 작은 버스킹 소리만 제재하는 경우도 봤어요. 이런 경우는 잘못된 거죠. 


하지만, 버스커들이 이해받기를 원하는만큼 주변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반대로, 그만큼 주변을 이해하며 배려하고 있는 버스킹이라면, 주변 분들도 가능하면 좋은 쪽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아무리 재밌는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나오는 과도한 볼륨과 길을 막고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모두가 호의적으로 봐줘야 하는 의무는 없거든요. 버스커들을 이해해주는 것, 배려해주는 것은 고마운 겁니다. 의무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버스커들 역시 주변을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건전한 버스킹 문화를 위해, 어떤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A. 사실 표현이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버스킹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거리공연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버스킹이 버스킹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누구나'가 '아무나'는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버스커에 대한 이해 없이, 주변 소음이나 공간에 대한 배려 없이, 그리고 버스킹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공연 보는 사람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이 '자유로운 공연'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버스킹 문화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망치는 모습을 목격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버스커들 상호간에 , 그리고 버스커들과 주변 사람들 간에 보다 많은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봐요. 저희 역시도 버스킹을 계속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일렉스틱은 페스티벌이나 클럽 공연, 거리 공연은 여러 콘셉트의 공연을 경험했는데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공연 콘셉트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평소에 친한 뮤지션들과 같이 야외에서 바베큐 파티도 하고, 캠핑도 함께 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저(승재)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요. 다소 엉뚱할 수도 있겠지만, 꼬리 달리고 다리 네 개인 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노래하고 연주해보고 싶어요. 물론 동물들에게 볼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최대한의 방법을 알아낸 다음에요.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Weezer의 <Island In The sun> 뮤직비디오를 보면 곰, 강아지, 사자, 고양이, 기린, 코끼리, 원숭이 등 여러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 영상을 볼 때마다 화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생각만 해도 좋네요. 

 


버스킹이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유럽이나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의 거리 공연은 어떤 모습일까요? 언뜻 생각하면 우리나라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거리 공연이 진행될 것 같지만, 놀랍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원스>의 주인공은 공원에서 공연하기에 앞서, 관공서와 경찰의 허락을 받습니다. 또한,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는 주인공이 허가 없이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공연하다가, 경찰에게 쫓기는 모습이 숨 가쁘게 그려집니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또는 일본에서 거리 공연을 하려면 일종의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정해진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네요. 즉, 버스킹을 제도화해서 정부 기관이 관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버스킹 장소는 법과 제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최근 몇몇 지역이 유럽처럼 거리 공연 제도화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시에서는 '유럽형 거리 예술 도시' 조성을 목표로 일상 속 거리 예술 프로젝트에 함께 할 "G-버스커" 선발 오디션을 실시 중인데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댄스, 마술, 벌룬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65팀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최종 선발되는 공연단체에게는 고양시의 지정 장소에서 자유로운 거리 공연이 가능한 인증서가 발급된다고 하네요.


버스킹은 물론 자유로움을 기반으로 성장한 공연 문화입니다. 그러나 이 문화콘텐츠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제도화와 규제가 뒤따르기 마련인데요. 모두를 위한 규제, 버스커들 스스로의 자성, 그리고 거리 공연의 특성인 자유로움과 다양성까지 그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찾는 것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 촬영 : 정혜빈, 엄소연, 최한별

영상 촬영 : 정혜빈




[출처] 인디팝 듀오 <일렉스틱>이 말하는 버스킹 이야기 (비공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