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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정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by KOCCA 2013. 3. 12.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프로그래머 겸 시그래프 아시아 2013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디렉터로 활동 중인 추혜진 프로그래머. 그녀는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강사로도 일하며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다. 우연한 기회에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나누는 일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고 있다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제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어요. 이과를 나와서 프로그램 분야를 공부하다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애니메이션과 아트 스쿨로 유명한 ‘쉐리던 컬리지(Sheridan College)’를 알게 되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2년 정도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세종대 애니메이션과로 편입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그러다 졸업할 무렵에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PISAF 페스티벌에서 일해 보라는 제의를 받게 되면서 다양한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게 됐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도 했지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일을 배웠다고 그녀는 과거를 회상했다. “2000년도에 PISAF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영화제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러다 PISAF에서 3년 정도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SICAF에 참여하게 됐죠. 2005년에는 제1회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사무국장을 맡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대한 전체 기획을 맡아서 페스티벌을 진행했어요. 2회부터는 현재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최유진 씨에게 바통을 넘겨주었죠.”

 

 

▲ 2005년 제1회 인디애니페스트 배너(종로 시네코아 극장 벽면)와 폐막식 스케치(종로 시네코아)

 

 

▲ 시그래프 아시아 행사 모습


① 시그래프 아시아 2008 전시장과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프레젠테이션 모습
② 시그래프 아시아 2010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오프닝 현장 모습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서 보다는 각종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추혜진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일을 하면서도 많은 작업을 하진 못했지만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오래 전에 만들어놨던 스토리보드를 다시 꺼내서 정리하고 있어요. 영화제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도 캐릭터 디자인이나 영상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작업자로 남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감성놀이터에서 진행했던 미디어 아트 그룹전에도 참여했었죠. 창작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지만 10년 넘게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보니 페스티벌이 주는 매력도 놓치고 싶진 않아요.”

 

 영화제에 처음 참여할 때만 해도 인력이 많지 않아서 그녀는 번역도 직접 하고 편집 일도 도우면서 하나하나 일을 배워나갔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영화제를 처음 진행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영화제를 준비하느라 스태프들과 함께 숙소를 잡고 밤을 새워가면서 한 달 넘게 집에 가지 못한 적도 있었죠. 다들 영화제에 초보다 보니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어요. 한번은 기술팀에서 경쟁부문에 올랐던 최종 상영본 중에서 한 작품에 사운드가 없는 것을 체크하지 못하고 관객들에게 상영한 적이 있어요.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했죠. 다행히 관객들에게 기술적인 오류에 대해 빨리 사과 발표를 하고 환불해준 후 다음, 다시 편집해서 작품을 올렸어요.”

 

 한편, 그녀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유명 감독들과 친분을 쌓을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마이클 두덕 드 비트 감독을 비롯해 몇몇 감독들과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연락을 드려 맥주 한 잔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영화제 일을 하면서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지만 제가 누리고 있는 가장 큰 혜택이라면 많은 감독님들과 알게 됐다는 겁니다. 특히 마이클 두덕 드 비트 감독을 영화제에 초대하려고 많은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네 번 정도 해마다 계속해서 초청장을 보내면서 공을 들였는데, 소식이 없었어요. 그러다 프랑스 안시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제네바에서 그 감독님의 전시회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서로 얼굴보고 마주 앉아 인간관계를 맺으니까 마음을 열어 주시더라구요. 결국 2006년도 SICAF 행사 때 감독님을 한국에 모실 수 있었고 마스터 클래스도 열 수 있었어요.”

 

 

▲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 강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① SICAF 2006 ‘겨울날’의 카와모토 키하치로 감독님과 함께
② SICAF 2006 ‘아버지와 딸’의 마이클 두덕 드 비트 감독, 존 피네건(SIGGRAPH 2006 컨퍼런스 의장)과 함께
③ 2011 과천국제SF영화제 FX 컨퍼런스 강연자들과 함께. 좌측부터 브래넌 도일(ILM), 버트랜드 옹(Double Negative Singapore), 나이젤 댄튼-호웨즈(Image Engine), 그리고 추혜진 프로그래머
④ 2012 ‘두산’ 코지 야마무라 감독과 함께
⑤ 2010 시그래프 아시아 사전행사. 그래픽스 거장인 폴 드베벡과 함께

 


코믹한 장르를 좋아하는 유쾌한 프로그래머


 아티스트로도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추 프로그래머는 어떤 작품을 만들고 어떤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녀는 주로 코믹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살아 있는 작품을 좋아하고 그런 장르의 2D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3D는 배경이나 이펙트 작업에 주로 쓰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3D 공부도 조금씩 더 하고 있어요. 영화제에서 일하다 보니 경쟁부문에 올라오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오래 일하다 보니 어떤 작품이 뜰 것 같은지 감이라는 것도 생겼죠. 애니메이션 역시 접근하는 기법이 조금씩 다를 뿐 영화처럼 스토리 구조에 있어서 일종의 기본 공식은 존재해요. 그런 기본적인 패턴이나 포맷에 대해 학생들에게도 강의를 통해 알려주고 있죠. 개인적으로 이런 일들을 통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애니메이션도 뒤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남들 보다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서 대학시절에는 일주일에 3시간씩 무료로 받을 수 있었던 학교 크로키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죠. 그때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지금도 그림을 손으로 거칠게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주로 손으로 거칠게 그린 다음 2D로 옮겨서 작업을 합니다. 플래시(Flash)를 이용해서 라인을 따기도 하고 컬러링과 배경은 포토샵(Photoshop)에서 작업합니다. 그렇게 작업한 뒤에 애프터 이펙츠(After Effects)에서 이펙트를 합성해서 영상 작업을 마무리 하죠. 아직은 장편 보다 단편 작업들을 더 많이 하고 싶고, 작품의 길이는 5분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한편, 미국이나 유럽 등 각 나라마다 단편 애니메이션에서는 다양한 특색을 찾을 수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한국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코드들이 아직은 좀 약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영국은 무심한 듯 한 작은 움직임 하나에서도 깨알 같은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죽음에 대처하는 법>이란 작품에서 할머니가 저승사자를 물리치고 나서 속옷이 끼었는지 한번 툭 쳐주는 장면이 있어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것들에서 소소한 웃음을 찾을 수 있죠. 또, 미국은 슬랩스틱한 코믹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거운 주제들을 많이 다뤄왔죠.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웃음을 통해 승화되는 장면들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추 프로그래머는 테크닉적으로 뛰어난 작품들 보다는 기술은 좀 떨어지더라도 보면 정서적 울림을 주는 감동이 있는 그런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준비하던 초기에는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재미있는 작품 위주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전체 프로그램을 재밌는 작품들로만 채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작품을 보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초창기에는 퀄리티가 낮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많은 작품들을 보는 연습을 했던 것이 이제는 작품을 보고 고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대작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데 영화제에서 유명한 작품만 보여준다면 일반 대중들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택해서 볼 기회가 줄어들게 되죠. 좀 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영화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추혜진 프로그래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디자인


① 단편 애니메이션 ‘What happend to her’ 캐릭터 이미지(기획 중)
② 단편 애니메이션 ‘POP’ 캐릭터 디자인 및 주요 이미지
③ 단편 애니메이션 ‘POP’ 배경 디자인
④ 캐릭터 디자인 ‘Gummi’

 


2D, 3D가 아닌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이 뜨고 있다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보았을 때 최근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녀는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 맨((Paperman)>에 대해 요즘 많이 이야기들을 한다고 추천했다. 또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첫 2D 장편 데뷔작인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 1999)>도 굉장히 재밌게 봤고, 실뱅 쇼메 감독의 <일루셔니스트(The Illustionist, 2010)>와 아담 앨리엇의 <메리와 맥스(Mary and Max, 2009)>도 꼭 보라고 권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다 보니 3D를 더 3D적으로 만들려던 움직임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유행했었죠. 하지만 2년 전, 픽사에서 선보인 단편 애니메이션 <라 루나(La Luna)> 이후에는 새로운 경향들이 생기고 있어요. 작품을 만들었던 작가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3D도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찾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난해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 작품인 <리플렉시옹(Réflexion)>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은 거칠게 페인팅한 느낌이 2D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졌어요.”

 

 중요한 것은 <페이퍼맨>도 3D적인 것들을 감성적인 면을 건드려서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3D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강의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기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자신만의 스토리로 특징화시켜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없어지는 과도 생기고 있는데, 애니메이션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디자인과나 멀티미디어과, 회화과 학생들도 요즘에는 애니메이션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반면에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이제는 크로스오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좋은 무기를 갖고 있다면 모션 그래픽을 할 수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강의를 통해서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 작가로서의 기반도 다져야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 미디어 아트 전시 ‘감성을 그리다’에 전시했던 작품

① ‘memories to the moon’의 이미지, ② Moonster 팀, 그리고 ③ 관객 참여 장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선보일 터


 추혜진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션을 잘하고 싶다면 우선 많이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50~60대 유명 감독들 중에도 여전히 매일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한 편씩 본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 만큼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니메이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분야와 연결할 수 있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경우에도 입시미술을 공부하지 않아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애니메이션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죠. 잘 그린 그림도 중요하겠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을 보여줄 것인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교실에서 강의 모습

 

① 2012 과천과학관 ‘애니메이션 교실’ 워크샵에 참여한 초등학생과 함께
② 2013 과천과학관 ‘애니메이션 교실’ 워크샵에 참여한 초등학생 작업 모습과 워크샵 진행 모습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으면 밤을 새도 지치지 않는다는 그녀는 정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히 영화제를 기획만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작가들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생각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통한 힐링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맡게 된 시그래프 아시아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디렉터로서 현재 여러 가지 제반 사항들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시그래프 아시아에서는 어떻게 하면 테크닉적인 부분들을 감성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그런 것들을 찾아서 많이 보여줄 생각입니다. 또, 올해 9월에 열리는 인디애니페스트에서도 재미있는 작품들을 함께 준비해 나갈 예정이에요. 좋은 축제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열릴 예정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글 _ 박경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