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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그려낸 대한민국 공군 항공전사 <바우트 원> 장우룡 작가

by KOCCA 2013. 7. 16.

 

 

▲사진1 <바우트 원>의 한 장면

 

 

우리는 가끔 인터넷이나 TV 뉴스에서 우리 공군의 멋진 활약상에 대해 접할 때가 있습니다. 최신예 전투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폭탄이나 미사일로 목표를 정확히 맞추거나 화려한 도색을 하고 현란한 공중기동을 선보이고, 푸른 강산 위를 나르며 초계비행을 하는 모습 말입니다.

 

군사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공군은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강력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지금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서 맹활약하고 있는 우리 공군이지만 60여 년 전 6·25 전쟁이 터지기 직전만 해도 단 한 대의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쟁 발발 직후 전투기의 도입이 추진되어 10대의 F-51 머스탱 전투기를 도입하게 되었고, 이렇게 매우 적은 전력이나마 분전하면서 지금의 우리 공군을 있을 수 있게 한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리 공군 초기의 역사는 일반에 그렇게 잘 알려졌지는 않은데요, 우리 만화가 중에 대한민국 공군의 항공전사(航空戰史)에 관심을 두고 이를 소개하기 위해 꾸준히 만화를 그려오신 분이 계시다고 해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진2 장우룡 작가님

  

Q) 이제까지 작업하셨던 것 중에 <바우트-원>을 비롯해서 <하늘의 캐딜락>, <월간항공> 지에 연재된 <창공의 시대>처럼 유달리 항공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어떤 이유로 항공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하셨나요?

 

A) 국민학교 때부터 프라모델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전차, 비행기 같은 것을 만들곤 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비행기 쪽을 더 많이 그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가 처음으로 그린 작품이 <하늘의 캐딜락>이었는데 거기에도 머스탱 전투기가 나오고 <알라모>에도 머스탱이 나오고 하는 식으로 딱히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계속 비행기가 나오게 되는 걸 보면 알게 모르게 비행기를 좋아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늘의 캐딜락>은 이런 작품입니다.

//blog.naver.com/manleco/80040940749

//blog.naver.com/manleco/80040940624

 

Q) 그러니까 처음부터 밀리터리 계열을 좋아하셔서 항공기를 그리시게 된 게 아니라 비행기를 좋아하셔서 차츰 밀리터리 쪽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군요? 

A) 예. 그리고 프라모델을 만들다 보니까 기계라는 것의 구체적인 형태에 좀 더 익숙해진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고요.

 

▲사진3 <바우트 원> 단행본, 현재 3편은 준비 중

 

 

◎ 우리가 챙기지 못한 우리 공군의 역사

 

Q) 그렇게 항공기가 등장하는 작품을 많이 그려오시다가 <바우트-원>부터 대한민국 공군의 6·25 전쟁 항공전사에 대해서 그리게 되셨는데 어떤 계기로 이런 소재를 접하신 건가요?

A) 항공잡지 <월간항공> 지에 <창공의 시대>라는 작품을 1년 정도 연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연재가 끝나고 난 뒤 월간항공의 어떤 기자분께서 6·25 전쟁에 참전하여 100회 이상 임무를 수행하셨던 조종사들(//www.afa.ac.kr/museum/100.html)이 '100회 출격 전우회'라는 이름으로 계속 만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일화를 한 두 개 정도 전해 들었는데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더군다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했던 <알라모>를 그린 이후 저 자신이 우리의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이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좀 마이너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전쟁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더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저도 중고등학생 때만 해도 2차 세계대전 항공전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그러다가 공군에 입대하게 되었는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공군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배우면서 저 자신이 정작 우리 공군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웠어요.

A) 정말 부끄럽지요. 보통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학생 때는 외국 항공전사나 외국의 매력있는 조종사들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데 정작 우리나라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깐요. 저도 <알라모>를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그렸는데 작품을 다 그리고 나니 제가 이 노력을 왜 했는지 의문이 들었던 거에요. 그때 '우리나라 전쟁사, 우리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알고 다른 나라 사람의 것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알라모>를 끝낸 이후 무조건 다음 작품은 6·25 전쟁에 관한 만화,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Q) 저도 그때부터 우리 공군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많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A) 만화는 사실 허구라서 독자 여러분께서 만화는 만화대로 재미있게 보시고 또 역사적 사실은 사실 그대로 보여 드리고 싶어서 저는 제 나름대로 최대한 사실을 공정하게 판단해서 작중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것을 만화 본편 뒤에 따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되었겠네요?

 

 

▲사진4 딘 헤스 대령의 자서전 <신념의 조인>

 

 

Q) 네. 그런 것 말고도 6·25 전쟁의 항공전사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어봤으니 작가님 작품 속에 나온 이야기가 정확히는 어떤 이야기였는지 알고 있죠. 6·25 전쟁이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관심사에서 많이 비켜난 전쟁이고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료도 많이 부족했을 텐데 <바우트-원>을 보면 고증 같은 면에서 놀라우리만치 충실한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자료는 어떻게 수집하셨나요?

A) 뜻밖에 대한민국 공군이 자료를 꽤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는 없더라고요. 저도 공군이 협조요청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공군사> 나 <6·25 참전 수기집>,<6·25 전쟁 증언록> 같은 책들의 존재는 전혀 몰랐고 <신념의 조인>이나 한국 전쟁사 관련한 자료, 공군 연표 정도의 자료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이후 공군의 협조를 받게 되면서 참전 수기록이나 체험록 같은 책을 구해볼 수 있었는데 이런 자료들이 뜻밖에 사실성이 높은데도 공군에서는 정사로 취급되지는 않는 모양이더라고요. 게다가 이런 책들이 공군본부에서 출판되어서 각 부대별로 보급되고 있는데 정작 공군본부에는 단 한 권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빌려다가 복사를 한 다음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정리된 사실들을 모아서 전쟁사와 대조를 하고 다시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과 조합을 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는 대부분이 미군의 것이어서 우리나라 공군에 관한 객관적인 기록은 많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 우리나라의 군 사정이란 게 모든 것이 미군의 원조로 이루어졌다는 걸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죠.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이 우리 군 안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고, 우리 것임에도 우리가 구하려고 해도 쉽사리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요새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그런 역사에 대해 이제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을 보면 만화가로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렇게 자료를 찾다 보니 정사로 인정되어야 할 사건들이 단지 수기록 차원에 머물고 있고, 수기록 차원에 머물어도 될 것들이 정사로 인정된 것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더 세밀하게 분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5 <바우트-원>의 한 장면

 

 

Q) 뜻있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신다면 좋을 텐데 아직 일반인들 가운데서 관심을 많이 두고 계신 분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공군 항공전사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려고 해도 얼마 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 작품이 대한민국 공군 인터넷/인트라넷 공식블로그 <공감>(//www.afplay.kr)에서 연재되었는데 어떻게 공군 측과 연결이 된 건가요?

A) 처음에는 공군의 지원을 받게 되면 공군의 견해를 대변하면서 작품을 그려야만 할 것 같아서 공군에 소개해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했었어요. 그러다가 월간항공의 그 기자분께서 공군에 이야기를 드렸는데 공군 측에서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해서 한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군 측에서 뜻밖에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잘 들어 주셨고, 공군을 대놓고 욕하는 내용이 아니라 공군에 대해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작가 나름의 시각이라고 해도 다 허용해 주겠다고 하셨던 겁니다. 정말 공군이 신사구나 하고 느꼈죠. 그 이후로 공군에 연재하고 싶어졌고 적극적으로 자료 요청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작품의 내용도 더 풍성해질 수 있었고요.

 

Q) 그럼 바우트원 시즌 2도 공군 내부에서 연재할 계획이 있나요?

A) 정말 그렇게 하고 싶지만, 연재를 너무 오래 쉰 것이 문제인데, 말씀을 잘 드리고 제가 구체적인 기획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아직 장담할 정도는 아닙니다.

 

 

▲사진6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는 수많은 레버와 계기판

 

 

◎ 중요한 것은 '중립성'

 

Q) <바우트-원>을 보면 6·25 전쟁 당시의 시대상황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밀리터리 계열 만화를 보면 이따금 역사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접근하는 예도 볼 수 있는데 역사만화나 전쟁만화를 그리면서 중립적인 시각을 갖는다는 게 어째서 중요한 것인지 한 말씀 부탁합니다.

 

A)  제가 만화를 그리면서 독자들이 제 만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제 작품을 근거로 뭔가를 단정 짓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 작품을 근거로 역사를 판단해버리면 그게 옳을 때도 있겠지만 옳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대신 저는 제 작품 속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고 독자들이 이를 보고 역사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물론 작품의 주인공들이 그 안에서 왔다갔다할 수는 있겠지만, 작가 자신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잖아요? 이는 모든 사건과 의견, 그리고 역사에 중립을 보장한다는 우리 사회의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립성을 지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사는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예의인 셈이죠.

 

그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게 되면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그 사건에 대한 사회적 명예, 그리고 그 반대인 과실과 책임 문제는 오히려 진정한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단체가 가져가게 되고 맙니다. 일례로 바우트원 대대의 지휘관인 딘 헤스 대령의 노즈아트 '信念의 鳥人'을 들 수 있는데, 원래 이 문구는 헤스 대령과 공군의 정비사들이 직접 지은 문구지만 전쟁기념관 같은 곳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사한 것이라고 잘못 알리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해서 나라에서 앞장서서 이렇게 잘못된 것을 사실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하나하나 지켜지는 것이 민주국가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제 만화가 그런 큰 의미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중립을 제시하고 보는 사람이 올바르게 판단하게끔 하는 것이 역사와 관련된 만화를 그리는 작가로서의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저도 많지는 않지만, 전쟁만화를 몇 가지 보긴 했는데 병기(兵器)나 전사(戰史)에 대한 고증은 뛰어나지만 정작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미가 하나도 없고 그저 앞에 있는 적을 죽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몇 있어서 보면서 좀 불편했어요. 하지만 작가님 작품이나 그 외 잘 그려진 전쟁만화들을 보면 전쟁 속에서 살아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A) 저는 그 시대를 글로써 배웠을 뿐인데, 글로 보더라도 6·25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도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단순히 역사를 글로써만 보는 것보다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어떻게 사셨는지 알면 역사가 왜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었는지 저절로 알 수 있을 때가 많아요. 저는 소재가 단지 전쟁일 뿐 결론적으로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맞습니다.

 

 

 

◀사진7 주인공 곽경필 대위

 

 

Q) 작가님의 그런 생각이 주인공 곽경필에게 투영된 거라고 할 수 있군요?

A) 곽경필은 제 생각이 들어갔다기보다 요새 젊은이들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습니다. 제가 한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만화 실기를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을 보면서 자기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시킨 대로, 아는 사람이 조언해주는 대로 딸려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일이 반복되다 문득 깨달았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너무 멀리 와버린 뒤고요. 그래서 제가 6·25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는 요새 젊은이들의 고민을 넣고 싶었습니다.

 

시즌 1 마지막에 보면 곽경필의 기체가 피탄되어 손상을 입지만 탈출하지 못하고 추락하고 마는데 그것은 곽경필이 인생에서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추락하면서 경필은 서른 가까이 살았음에도 자기 인생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죠. 나중에 시즌 2를 연재하게 되면 곽경필이 자기가 선택한 삶을 확신하게 되는 이야기를 더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의 생각은 염신현에게 투영된 것인가요?

A) 염신현과 곽경필에게도 동시에 많이 들어가 있고 헤스 대령에게도 많이 들어가 있죠. 헤스 대령 같은 경우는 제 생각이 들어갔다기보다 본인의 신념이나 행동이 자서전 <신념의 조인>에 너무나 분명하게 잘 나와 있어서 조금만 살만 붙여도 근사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헤스 대령 같은 경우 거의 그대로 나갔죠.

 

 

 

▲사진8 <신념의 조인> 저자인 딘E. 헤스대령

 

 

 

◀사진9 <바우트-원>에 등장한 헤스 소령

 

 

Q) <바우트-원>이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졌지만, 실화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그 부분이 <바우트-원>을 그릴 때 많이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였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좀 더 흥미를 주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었는데 실제 인물 위주로 가면 다큐멘터리처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만화를 그리면서 독자들에게 아군에 대한 지나친 찬양이나 적군에 대한 비하 같은 것보다 우리나라가 지금 분단국가이고 아직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러저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어 왔음에도 우리는 아직 분단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전달함에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독자에게 주입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실제로 객관성이 인정된 자료에 한해서는 최대한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루려 했습니다. 이 부분은 헤스 대령의 자서전과 당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교차로 검토하면서 이루어진 내용이죠. 하지만 <신념의 조인>을 제외한 우리나라 참전용사의 기록은 대부분 정사로 기록되지 않은 '인터뷰' 수준이어서 그것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일화의 현실성을 높이는 곳에는 가볍게 사용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무엇보다 <바우트-원>을 그리면서는 역사적 부담이나 책임, 그리고 독자들에게 강요되는 무게감을 덜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건은 실화를 따라가되 인물은 좀 더 자유롭게 표현했습니다. 다만 염신현 중령은 김신 장군님을 모티프로 했고 유창식 대위는 유치곤 장군님과 김두만 장군님 중 어느 쪽을 따라갈 것인가 생각하는 중인데 이런 식으로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인물은 있지만, 실존 인물을 정확하게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헤스 대령 같은 경우는 그대로 따라가기가 쉬웠는데, 그분의 자서전을 보면 공산군을 미워하지도, 연합군을 절대적으로 옹호하지는 않으며,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신념을 따르기 위해 적과 싸워야만 하는 자기 입장에 대해 너무나 잘 서술해놓고 있어서 오히려 손댈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정비사나 통신병 같은 지상 지원병력의 이야기 중에서 인간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 많아서 시즌 2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조종사들 못지않게 그런 분들의 이야기도 다뤄보려고 합니다.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조종사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니깐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인물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조종사에 대해서는 실제 인물을 다소 배제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모든 것은 SF 만화를 위한 것

 

◀사진10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시리즈 <무정>

 

Q) <바우트-원> 연재를 쉬시는 동안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시리즈의 하나로 이광수의 <무정>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셨는데 무정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고 무정 작업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저 스스로 <바우트-원>을 연재하면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비행기 한 대를 그리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제때에 업로드를 못한 경우도 많았고 줄거리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었음에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원고제작에 따른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3D 툴을 배우게 되었는데, 제가 그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따로 만화책 한 권을 작업하기로 한 겁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시즌 2를 안정적으로 연재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무정>을 작업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저한테 맞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탐구했습니다. 그래서 원고 작업 시간을 종전보다 더 줄일 수 있게 되었고요. 앞으로 시즌 2를 연재하게 되면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원고가 늦게 올라간다든가 하는 위험은 더 줄고 좀 더 순탄하게 연재할 수 있게 되었다 싶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작가님께서는 그림을 손으로 그리는 것을 더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왜 손 그림을 더 선호하시나요?

A) 항공기 정비사들이 기계로 점검을 할 수 있더라도 직접 눈으로 부품의 안전상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나요?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꼼꼼하게 그려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편입니다. 실제 항공분야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셨던 분들이든 아니면 그걸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든 '아! 저런 게 있구나!', '정말 있을 법하구나!' 하는 감정을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이라는 <바우트-원> 시즌 1 단행본 3권과 시즌 2는 우리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 그 외 앞으로 예정된 다음 계획에 대해 궁금합니다.
A) 단행본 3권은 올 7월 안으로 만나게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 40여 페이지의 보충 원고를 완료했고, 각 회의 표지 이미지와 아이템 노트의 제작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단계인 셈이죠. 그리고 올해 ADEX(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사용될 공군의 브로마이드 때문에 2개월 정도 일러스트 작업을 하게 될 것 같구요, 시즌 2의 연재는 준비기간인 3개월 이후로 부득이 올해 말 정도가 되어야 가능할 듯합니다.

 

Q) 나중에 <바우트-원>이 끝나게 되면 그 이후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으신가요?

A) 80대 중반인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이것저것 자세하게 여쭈어 보았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올 때 정작 저에게 가장 가까운 어른인 저희 부모님에게는 한 번이라도 이런 것들을 물어본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희 부모님을,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한 만큼 이상으로 인터뷰해서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래전부터 SF 물을 하나 구상하고 있는데 사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그 작품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을 위해서 밀리터리뿐만 아니라 사람에 관해서도 공부하고 기계에 관해서도 공부하고 간간이 기초적인 과학에 관해서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Q) 아주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계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A) 8~9년 전부터였을 겁니다. 하지만 계속 구상했던 건 아니고 오래 쉬다가 조금 채워넣고, 조금 채워넣고 하는 식이었죠.

 

 

◎ 젊은이들의 역사인식 부재, 기성세대에도 책임 있다

 

Q) 아까도 계속 역사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최근 뉴스에서 중고생 중 적지 않은 수가 6·25 전쟁의 발발연도를 모른다든가 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오늘날 젊은이들이 6·25 전쟁을 비롯한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 역사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시는 입장에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A) 저는 오히려 요새의 젊은이들이 무언가를 흡수하고 발휘할 자질이 이전 세대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거의 없고요. 역사인식과 관련된 문제는 오히려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성세대가 이렇게 젊은이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 대해 불평하게 될 것을 조금이라도 예상했다면 역사를 잘 가르쳤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단지 입시, 생존, 취직 말고 기성세대가 우리에게 가르쳐 온 것이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단지 젊은이들이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 같은 분께서 하셔야 할 일은 아까부터 말씀해오셨던 것처럼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A) 예. 그 보여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할 일이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중립성 이야기를 가지고 이것을 해석해 본다면 오히려 기성세대가 우리 젊은이의 역사관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에 기성세대가 중립적으로 생각했다면 자신들이 젊은이들에게 역사와 중요한 가치에 대해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단지 화가 나서 중립적인 판단을 못 하고 그 책임을 젊은이들에게만 묻는 것이죠. 저는 그 질문 자체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봅니다.

 

이날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두 시간 동안 작가님의 균형 잡힌 시각에 감동한 한편 착실하게 준비되고 있는 단행본 3권과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더욱이 저 자신도 공군 전역자로서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었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장우룡 작가님의 멋진 활약 기대합니다.

 

◎ 사진출처

- 사진1,5,6,7,9,10 장우룡 작가 블로그

- 사진2,3,4 직접 촬영

- 사진8 미 공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