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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의 처절한 투쟁. 법정에 서다, <윤희>

by KOCCA 2014. 1. 16.


<은밀하게 위대하게>, <용의자> 등 최근 들어 북한과 관련된 영화가 눈에 띄었는데요. 앞의 영화들과 달리 탈북자의 삶을 그린 독립 영화가 1월 9일 개봉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은 윤여창 감독의 영화 <윤희>입니다. 뺨엔 무언가로 긁힌 듯한 상처에, 덤덤히 무표정한 얼굴. 체념한 듯 보이는 눈을 가진 여성이 보는 이의 눈길을 끄는 <윤희>의 포스터. 포스터를 보면 제목 옆에 ‘법정에 서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 없이는 살아도 억울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까지. 이 탈북 여성은 어떤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 걸까요?

 

▲사진1 <윤희> 포스터

 

 윤희는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탈북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강을 건너던 도중 딸의 손을 놓치게 되죠. 결국 탈북에는 성공했지만 딸과 마음 찢어지는 이별을 한 윤희에겐 또 다른 불행이 다가옵니다. 함께 탈북을 한 영수가 탈북을 도운 브로커와 한 패가 되어 같은 처지의 탈북자들을 핍박하기 시작한 것이죠. 밥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폭행과 감금을 서슴지 않던 영수는 윤희와 윤희의 친한 언니 명자에게 정착 지원금을 자신에게 넘긴다면 남한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몸 고생, 마음 고생한 윤희는 한국으로 오게 됩니다.

 

▲사진2 영수에 의해 감금당한 윤희

 

 남한에 온 윤희의 유일한 목적은 어서 돈을 모아 중국에 홀로 남겨진 딸 다솜을 데리고 오는 것 뿐 입니다. 브로커가 다솜을 한국으로 보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윤희는 편의점 알바부터 우유배달 알바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쿠터를 타고 우유배달을 가던 윤희의 앞에 휠체어에 탄 남자, 노식이 다가와 부딪힙니다. 놀란 윤희가 어서 병원에 가자고 말하지만, 노식은 완강히 거부하며 윤희를 밀쳐냅니다. 황당하지만 다음 배달을 위해 다시 스쿠터를 타고 길을 나섰던 윤희는 ‘뺑소니범’이라며 고소를 당하게 됩니다. 지체장애인인 형 노식을 이용해 일부러 부딪힌 후 합의금을 받는 자해공갈단이 꾸민 일에 윤희가 걸려든 것이지요.

 

▲사진3 법정에 출두한 동식

 

 이런 윤희의 앞에 더 이상 불행이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안 좋은 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탈북자 뺑소니 사건’으로 인터넷에 올려 지면서 돈에 눈이 먼 파렴치한이 된 윤희는, 종국엔 소비자들의 항의로 우유배달과 편의점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돈을 벌 수단이 없어진 와중에 딸을 데려가려면 돈을 보내라는 브로커의 계속된 연락에 윤희는 결국 대리모까지 하게 됩니다. 원치 않던 임신까지 하게 된 거죠. 하지만 대리모를 의뢰했던 가정이 선금까지 포기해가며 계약을 파기하면서 윤희는 다시 한 번 나락에 떨어집니다.

 

▲사진4 참담한 현실에 울부짖는 윤희

 

 윤희의 삶은 무엇이 잘못된 것 이었을까요? 윤희에게 어째서 힘겨운 삶만 주어졌을 까요? 삶에 지친 윤희는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어보지만 결국 지갑의 주민등록증을 꺼내들며 ‘왜’라고 한탄합니다. 자기는 배가 고파 내려왔을 뿐인데, 단지 다른 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던 것이죠. 스크린에 보이는 주민등록증은 여느 것과 다르게 어쩐지 휑한 것이 탈북자들의 현실을 비춰주는 듯합니다. 결국 윤희는 국선변호사도 믿을 수 없어 홀로 법정에 출두하기 시작합니다. 목격자를 찾고 홀로 법전을 찾아가는 등 고군분투하며 변호할 자료를 마련하죠.

 

▲사진5 법정에 선 윤희

 

 독립영화 <윤희>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화면이 물 흐르듯 매끄럽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탈북 여성이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을 가감 없이 날 것의 상태로 보여주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윤희의 주민등록증을 본 편의점 주인이 생판 모르는 남인 윤희를 주민등록증 하나로 판단하고 비웃는 것을 보면, 현실 속 어딘 가에서도 있을 것 같아 분노하게 됩니다. 또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난폭한 말을 서슴지 않다가도, 윤희의 대리모 사정이 알려지니 도리어 동정론을 형성하는 네티즌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지죠.

 

▲사진6 윤희의 곁을 지키는 병삼과 명자

 

 내내 억울하고 답답한 <윤희>이지만 윤희에게도 힘과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은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나 윤희를 아끼고 보살펴주었던 병삼과 함께 탈북을 했던 명자가 윤희 곁에 있었던 것이지요. 이 둘 덕분에 윤희는 힘을 내고 현실과 맞서 싸웁니다. 특히 병삼은 요즘같은 세상에 어디에 존재할까 싶은 ‘극적인’사람입니다. 윤희에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위로하고 다독이는 한편, 계속되는 공방에 지친 명자가 합의금을 쥐어주려 하자 ‘명자가 믿어주지 않는다면, 세상 누가 윤희를 믿어주겠냐’며 달려가 막기도 하죠. 어쩌면 영화 <윤희>는 병삼의 입을 통해 정의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타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위로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 출처

-사진 1~2, 5~6 네이버 영화

-사진 3~4 <윤희> 예고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