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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후크 송, 반복에 새겨진 그 의미를 파헤치다!

by KOCCA 2011. 12. 1.


2007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비슷한 멜로디와 가사를 반복하는 '후크 송'이 유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요의 형식은 대개 A-A'-B-A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같은 구간 내에서의 반복은 드물었습니다. 반면 후크 송은 같은 구간 내에서도 비슷한 가락을 가지고 있어 기억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현대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또한 굉장히 복잡하여 사람들이 쉽게 피로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복잡한 것들보다는 쉽고 간편한 것들을 찾게 되는데 이는 음악 취향에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후크 송의 대표곡이라 불리우는 원더걸스의 'Tell me'는 여지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던 동시에 이러한 시대상을 잘 공략하였습니다. 'Tell me'는 단지 한 순간의 유행이 아닌, 가요계의 새 트렌드를 연 노래입니다.

바로 '후크송의 대대적 유행'을 가져온 것이죠. 기존의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후크 송이 유행함으로써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합니다.

 

 

 

 

 후크 송은 앤디 워홀의 예술과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코카 콜라', '마릴린 먼로'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앤디 워홀은 전통적인 미술의 틀에서 벗어나 상업 미술의 장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팝 아트'라고 하는 엄숙하지 않고 대중 문화적 시각 이미지를 나타나고자 했던 미술의 한 경향을, 미술사에 있어서 중대한 한 줄기로 만들었습니다.

팝 아트의 시대를 연 앤디 워홀은 고요하고 진중한 소재가 아닌, 가볍고 대중적인 소재를 주로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앤디 워홀은 작품에 '반복 기법'을 이용하여 독창성이나 감성이 제거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대량 생산물로써의 예술로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현대의 후크 송 역시 화자의 무거운 감정, 철학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없고, 대신 굉장히 가벼운 분위기와 가사가 후크 송의 주를 이룹니다. 예를 들자면 원더걸스의 'Tell me', 'So hot', 소녀시대의 'Oh!', 티아라의 'Bo peep Bo peep'과 같은 노래들은 주제와 가사가 굉장히 가볍습니다. 후크 송은 단지 특정 가락이 반복된다는 것을 넘어 젊은이들의 가볍고 충동적인 감정까지도 대중 문화로 수용한다는 의의를 지닙니다.

물론 대중 문화에서 가요의 주요 주제는 늘 '사랑과 이별'이었습니다. 과거에 대중 문화에서의 사랑은 무겁고 조심스러운 주제였지만 요즘 대중 문화에서의 사랑은 좀 더 감각적이고 가볍습니다. 실제 세태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나구요. 이런 세태를 문화로 승화하기엔 후크 송만큼 적절한 도구가 없습니다.


 




그리고 앤디 워홀의 예술이 '반복'을 많이 사용했듯이 후크 송 역시 '반복'이 필수적입니다(hook song이란 이름에서도 짐작 가능하듯이). 후크송에서는 가락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줌으로써 독창성을 발휘하는 대신 한 구간 내에 같은 패턴의 가락과 가사를 반복함으로써, 산업품으로써의 예술을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직접 악보에 음표를 그리고, 악기로 쳐 가며 작곡을 했지만 요즘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작곡을 합니다. 덕분에 음악도 '산업의 산물'이 되었으며, 공장에서 찍어내듯 같은 패턴을 복사+붙여넣기를 이용해 아주 손쉽게 복제하여 '산업품'의 성격을 강하게 띈 후크 송이 등장합니다.



사실 후크 송은 불과 몇 년 전에 처음 등장한 게 아닙니다. 후크 송의 원조는 중세 독일의 작곡가 헨델입니다. 헨델은 귀족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널리 사랑받는 작곡가였는데 그 비결은 얄팍한 꼼수(?)에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계속 변화를 줘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헨델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멜로디를 같은 구간 내에서 반복하여 힘들이지 않고도 인기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예술에서는 독창성이 절대적이고, 시시각각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깁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정성을 쏟아 만든 것에만 '작품'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공장에서 만들어 낸 물품은 디자인 단계에서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생산품'이라고 하지 '작품'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앤디 워홀은 이러한 통념을 깬 것이죠. '왜 다르게 그려야지만 작품인가, 공장처럼 패턴을 복제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말이죠. 후크 송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컴퓨터로 비슷한 가락을 붙여넣기함으로써 '기계로 찍어낸 것과 같은 가락이 모인 노래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크 송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가사와 가락을 지닌 노래들이 유행함으로써 대중 가요의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렸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나아가 가수들이 음악을 가벼이 여기고, 노래에 자신의 혼을 담기 보다는 반복되는 가락에 맞춘 안무로 사람들의 눈을 끄는 데 더욱 신경을 쓰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사와 주제가 더욱 가벼워지는건 갈수록 근본과 진정성이 상실되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십 년 전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품들을 상업 미술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듯, 후크 송 역시 '상업적인 노래들 중의 상업적인 노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대중 가요를 듣는 이 시간 가요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세월이 지난 후 어떻게 평가가 될지는 모릅니다. 아무튼 이 '반복된 가락'이라는 것이 잘 생각해보면 깊은 의미를 지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