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카지노

본문 바로가기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벡터맨의 전설 그 후! 한국 SF 어린이드라마 이야기 ②

by KOCCA 2012. 11. 29.

 

 

 

 

<지구용사 벡터맨>이 1998년과 1999년에 방영되어 지금까지도 '전설'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동안, 한국 SF 어린이드라마는 또 어떤 작품이 나왔는지 아시나요? 사실 벡터맨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흥행몰이를 한 작품이 별로 없었고, 시장 개방으로 더욱 지속해서 건너온 일본의 <파워레인저>(일본제목 슈퍼전대) 시리즈와 <가면라이더> 시리즈 같은 외국 경쟁작에 밀렸던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장르를 어린이 SFX(SF 특수효과) 드라마라고도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SF 어린이드라마'와 마니아를 위한 '특촬물'의 균형을 적절히 잡는 것도 문제였고, 장르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까다로웠지요. 현재의 한국 SF 어린이드라마는 '벡터맨'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그럼에도 까다로운 환경과 외국 작품들에 맞서 일어났던 영웅들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닙니다!

 

 

'벡터맨'의 전설에 도전했던 그동안의 한국 SF 어린이드라마 작품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수호전사 맥스맨 (KBS2, 2004)

- 벡터맨의 후속타 작품

 

 

 

 

'벡터맨'이 끝난 지 몇 년이 흘러 그 편성표와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받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수호전사 맥스맨>입니다! 영어 부제목으로 <파워마스터 맥스맨(Power Master Maxman)>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있었던 기대작이었죠! '벡터맨'의 성공을 잇고자 야심 차게 제작은 라퓨타 엔터테인먼트, 배급은 대원미디어, 투자는 한빛소프트가 맡아 45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으며, <지구용사 벡터맨>을 연출한 최성덕 감독이 다시 맡았던 작품입니다. 총 26부작으로 KBS2에서 2004년 10월부터 본 방송을 했지요.

 

 

▲ <수호전사 맥스맨> 오프닝 영상

 

이야기는 지구를 지키는 전사 '맥스맨'이 깨어나 우주에서 온 '수피아 공주' 일행과 힘을 합쳐, 침략자 '데블로스' 일당에 맞서 싸운다는, 대체로'벡터맨'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대신 '맥스맨'은 '벡터맨'과는 달리 여러 명의 영웅이 같이 싸우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주인공이 때에 따라 '화이어 맥스맨', '아쿠아 맥스맨', '스톰 맥스맨'으로 변신해서 싸운다는 설정입니다. 대신 보조적인 캐릭터들이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출연하는 로봇도 셋으로 늘어났답니다! 이런 설정들을 통해,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 SF 어린이드라마로서 화려한 3D 애니메이션과 액션을 많이 선보였지요!

 

 

 

 

그러나 다소 낯선 캐릭터 디자인과 흡인력이 부족한 캐릭터 설정 같은 단점이 눈에 띄고, 어린이 방송콘텐츠가 흥행하기엔 시기도 맞지 않았던 모양인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한 명뿐인 영웅 주인공과 좀 부담스럽게 디자인한 캐릭터 등을 수정했다면 어땠을지가 아쉽네요.

 

 

이레자이온 (KBS2, 2006)

- 사상 최대 규모의 설정

 

 

2006년엔 '맥스맨'이 캐릭터 수가 적었던 아쉬움을 날려버리겠다는 듯이 등장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레자이온>입니다! 청암 엔터테인먼트(대표 김종학)에서 제작하였으며, 26부작으로 2006년 11월부터 KBS2에서 본 방송을 했지요. 이 작품은 TV용 한국 SF 어린이드라마 사상 유례없는, 가장 다채로운 구성과 큰 규모로 주목을 받았답니다! 한국 최초로 SF 드라마 세트장을 건립하고 100억 원을 넘나드는 총제작비를 투입했다고 하네요.

 

 

▲ <이레자이온> 오프닝 영상

 

내용은 해·달·불·물·나무·쇠·흙의 정기를 타고난 영웅 ‘천지 7인’이, 악의 세력인 '대마왕 테라'와 그 부하 '황도 12궁'에 맞서 우주의 평화를 지켜낸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보면 기본 주인공 7명에 악당 13명 이상이 일찌감치 정해진, 정말 많은 수의 출연진이 기획된 것을 알 수 있지요.

 

 

지금도 남아있는 공식홈페이지(//www.kbs.co.kr/drama/erexion/)에 가보면 캐릭터 설정이 정말 꼼꼼하게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련을 통한 깨달음, 운기조식과 음양신공 같은 무술 용어 등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어린이 판타지가 아닌, 더 높은 연령층을 겨냥한 무협 소설 같은 설정이 많이 들어간 것이지요.

 

 

초반에는 이런 방대한 설정과 규모로 시청자에게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대중에겐 어느새 잊혔고 '벡터맨'만큼의 추억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에겐 너무 어려운 설정과 무거운 이야기였고, 그리고 더 높은 연령층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조금만 더 균형을 잘 잡고 만들었다면 '벡터맨'을 능가할 대작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작품, <이레자이온>이었습니다.

 

 

환경전사 젠타포스 (EBS, 2003)

-장르와 수익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공

 

 

이렇게 대형 작품들이 고전하던 한국 SF 어린이드라마에, 뜻밖에 괜찮은 성공작이 있었으니 그것이 <환경전사 젠타포스>입니다. EBS와 완구회사 손오공이 공동제작했으며, '맥스맨'이 나오기도 전인 2003년부터 EBS에서 처음 방영을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여러 번 재방송되며 어린이 시청자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은 작품이지요. 이 작품의 특징은 어린이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환경 보호'라는 교육적인 주제를 적극 살린 데 있습니다! 

 

내용은 환경오염을 무기로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 '하데스' 일당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 영웅 '젠타포스'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세 명의 영웅 '젠타포스'는 17년 전에 '하데스'를 쫓아냈던 '젠타맨'이었던 아버지 '현웅'의 힘을 물려받은 현풍, 현열, 현수라는 어린이들이지요. '벡터맨'을 비롯한 다른 작품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이렇게 어린이들이 나와 악당에 맞서 싸우고, 그들이 일으키는 환경오염을 막아낸다는 설정입니다.

 

 

 

어린이를 위해 구상한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이, 높은 연령층의 마니아 입맛에 맞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은 상당한 인기와 이익을 얻었답니다.

 

 

이렇게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SF 어린이드라마의 가능성도 보여준 '젠타포스'는 일본에 <환경전대 젠타포스>라는 제목으로 수출까지 했다는군요! 비록 '벡터맨'만큼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환경전사 젠타포스>는 철저한 소비 연령층 공략과 적절한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벡터맨' 다음 세대의 추억이나 전설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환경수비대 와일드포스 (재능TV, 2008)

- 뜬금없어도 아쉬웠던 미완의 작품

 

 

 

이 작품은 제목만 보아도 좀 뜬금없는 감이 있지요? 2008년에 5부작으로 방영된 이 작품 <환경수비대 와일드포스>는 '젠타포스'가 성공한 선례와 대작들의 아쉬움을 참고해, 케이블 위성 채널인 재능 TV에서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발전기금도 지원받고 풀 HD 특수촬영물로 제작했다고 하는군요. 재능TV 박성경 제작팀장은 "역사 속에서 실제 발생했던 환경 오염 사건을 다루고 이를 예방하는 실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시청자들이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했다"며 "2008년 지구의 해를 맞아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젠타포스'처럼 환경보호라는 주제를 담은 작품이라는 기획의도답게 내용 또한, 환경수비대 '와일드문(노랑)'과 '와일드썬(빨강)'이 환경오염으로 탄생한 변종 괴물들과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이 작품은 소재로 태안 반도 기름유출과 꽃매미 등 굉장히 현실적인 환경파괴 사례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답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젠타포스'에서 한 발 나아간 교육적 주제를 사용한 셈이죠. 깨알 재미를 주는 캐릭터의 개그 구도도 나름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달랑' 주인공 2명에 5편밖에 안 되는 단편 모음은 어설픈 파일럿 프로그램의 모양새입니다. 몇 안 되는 네티즌들의 평에서도 소재는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액션 그래픽 등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하네요. 막강한 경쟁작인 <파워레인저> 시리즈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구용사 벡터맨>만큼의 스케일로 제작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 일종의 실험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 SF 어린이드라마엔 이런 작품도 있었답니다!

 

 

시공전기 레이포스 (2009~2010)

- 사상 최고의 대작이 탄생, 할 뻔했던 시도

 

 

2009년 10월 19일, 유투브에 올라온 한 편의 동영상은 '특촬물' 팬과 마니아를 포함한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큰 주목을 받고 여러 곳으로 공유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공전기 레이포스>라는 제목의 한국 특수촬영 드라마를 소개하는 영상이었지요! 이것은 국내 게임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기획한 영상 콘텐츠이자, 4~14세의 남자 어린이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으며 2개의 시즌으로 총 52화를 기획한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벡터맨'을 능가할 만한 한국 SF 어린이드라마 혹은 특촬물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며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요!

 

▲ <시공전기 레이포스> 데모영상

 

 

영상을 보면 '벡터맨'은 물론이고 그동안 소개되었던 모든 한국 SF 어린이드라마를 능가하는 수준이며, 일본의 <파워레인저><가면라이더> 최신 시리즈에도 '꿀리지 않을' 정도이지요. 내용은 시공을 넘나들며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레이포스'와 미소녀 마법사 일행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참고로 영상에 나오는 인물 중 가면을 쓰지 않은 미소녀 마법사는 광고모델 '2대 TTL 소녀'였던 배우 정설희라고 하는군요. 이렇게 특수효과와 기획, 배우 등 여러 모로 특촬물과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 바로 '레이포스'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2010년 상반기에 이 작품은 제작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2010년 3월부터 시즌1을 제작하여 하반기에 방영한다더니, 모든 것이 깨끗이 중단된 것이지요. 제작사에서 중단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도 그 이유는 인터넷에서 각종 루머가 떠돌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이 너무 일본 작품을 베낀 티가 난다고 항의해 투자자들이 물러났다, 투자자 중 누군가 돈을 갖고 도망갔다는 등 별의별 이야기가 있었지요.

 

 

구성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마침내 완성하고 방영했더라면, 분명 한국 SF 어린이드라마에 큰 획을 그었으리라고 기대되었는데 정말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제작사인 T3엔터테인먼트는 일단 계속 게임회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군요. 지금도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산, 대작이 될 뻔했던 한국 SF 어린이드라마 <시공전기 레이포스>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지구용사 벡터맨>이 전설로 남은 이래 한국 SF 어린이드라마 또한, 정말 많은 시도가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스케일은 컸지만, 그 효과가 부족했던 <이레자이온>이나 어린이 타깃을 잘 맞추어 성공한 <환경전사 젠타포스>, 엄청난 기대를 모으다 기획부터 엎어진 <시공전기 레이포스> 등 모두가 의미있는 시도였지요. 하지만 냉정한 콘텐츠 산업에선 서투른 방법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모든 콘텐츠 분야에서 확인되고 있고, 이는 SF 어린이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한 기획과 멋진 상상력, 무엇보다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전설로 남은 '벡터맨'을 이어서 새로운 전설로 떠오를 콘텐츠가 한국 SF 어린이드라마에서도 나와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