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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고궁에서 즐기는 국악콘서트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

by KOCCA 2014. 5. 30.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의 살아 있는 역사 고궁. 옛 임금이 거닐었던 길을 내가 걷고 궁궐 사람들의 흔적이 스며 있는 곳을 엿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치 내가 조선시대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하는데요. 고즈넉한 고궁에서 펼쳐지는 국악콘서트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가 5월 24일을 시작으로 각 궁의 특색에 맞춰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 등지에서 열립니다.



  

▲ 사진1  경복궁 근정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의 배경이 되었던 궁을 아시나요? 촬영 명소로도 손꼽히는 서울의 5궁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조선왕조 최초의 궁궐 경복궁입니다. ‘새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뜻을 가진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이자 한양의 중심이었습니다.

 

왕이 머물면서 정치를 펼친 경복궁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이후로 확장과 중건을 거듭하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모조리 불타버리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다시 건축되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국권을 빼앗은 일본에 의해 경복궁의 많은 건물들이 철거되고 근정전 바로 앞에 조선 총독부가 세워지는 등 또 한 번 훼손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경복궁은 1990년부터 체계적인 복원사업이 이루어졌고 현재에도 그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민족의 아픈 역사를 함께 하며 무너지고 다시 중건되기를 반복했지만, 경복궁은 여전히 웅장한 위엄을 자랑하며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으뜸가는 궁궐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경복궁에서 5월 24일과 25일 새 정치의 꿈을 지녔던 정도전과 이성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국악원 단원들의 화려한 공연과 함께 송혜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의 해설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5월 25일 경복궁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집옥재에서 열린 이번 음악회에서는 국왕과 관리들의 공식적인 행차에 따르는 행진음악 ‘대취타’, 궁중무용 ‘가인전목단’과 ‘검무’ 등의 궁중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 사진2  '대취타' 공연에 앞서 해설을 하고 있는 모습

 


대취타는 징, 자바라, 장구, 용고 등의 타악기가 리듬을 연주하고, 크고 씩씩한 느낌을 주는 태평소와 한 음만 내는 단순한 구조의 관악기 나발과 나각이 특유의 주제 선율을 연주합니다. ‘명금일하 대취타 하랍신다’라는 구령과 함께 시작되는 대취타는 징 치는 사람이 징을 한 번 울리고 용고 치는 사람이 북채로 북 변죽을 한 박자에 두 번씩 치는데 이로써 다른 악기들이 일제히 대취타 연주를 시작합니다. 또 연주를 하다가 끝낼 때에는 같은 방법으로 소리를 그치라는 뜻의 ‘훤화금 하랍신다’라고 구령을 합니다.

 

노란색과 남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옷을 입고 머리에 꿩 깃털을 꽂은 멋스런 모자를 쓴 대취타 연주자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인데요.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이 공연에 운치를 더했습니다.

 


▲ 사진3,4  궁중무용 '가인전목단'

 


두 번째로 궁중무용인 ‘가인전목단’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이 목단 꽃을 꺾는다는 뜻으로 조선 순조 29년(1829년)에 효명세자가 창작한 궁중무용입니다. ‘화준’이라 불리는 화병을 가운데 두고 8명의 무용수가 목단(모란꽃)을 꺾으며 즐기는 춤인데 목단꽃은 송이가 크고 탐스러워서 꽃 중에 으뜸으로 여겨지는 꽃입니다. 꽃과 무용수들의 우아한 춤사위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장관을 이루는 춤이었습니다.

 


▲ 사진5  '산조합주'

 

 

다음으로 ‘산조합주’가 이어졌습니다. 산조는 본래 독주곡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합주 방식으로도 연주되는데요. 산조합주는 풍부한 음량과 다채로운 음색의 조화로움을 산조 양식을 통해 색다른 감흥으로 전해줍니다. 또한 합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곡 중간에 각 선율 악기 주자들이 한 차례씩 독주하는 부분을 넣어 독주와 합주의 뚜렷한 대비와 균형미를 맛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음악적 긴장과 흥을 자아내곤 합니다.



▲ 사진6,7  궁중무용 '검무'

 


마지막으로는 칼을 들고 추는 춤인 ‘검무’ 공연이 있었습니다. 검무는 한국에 전해지는 춤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춤으로 신라시대에 검무로 이름을 날린 황창랑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검무는 검을 사용하는 씩씩하고 용맹스러운 느낌과 우아한 한국의 춤사위가 더해지면서 한국 무용이 지닌 역동적이면서 품위 있는 무용으로 정착되었습니다.

 

경복궁 음악회는 5월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가을에 시작하는 고궁 음악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 사진8  창덕궁 부용정

 


가장 많은 왕이 정궁으로 사용했던 창덕궁. 창덕궁은 조선 태종 5년(1405년)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어진 궁궐로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타버린 뒤 광해군이 다시 지었으며 이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전까지 약 260여 년간 정궁의 역할을 해온 궁궐이었습니다.

 

창덕궁이 자리한 곳은 평탄하지 않은 언덕 지형으로 이러한 지형에 의지하여 자연스레 어우러지도록 지어진 창덕궁은 궁궐 건축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건물들이 자유롭게 배치되어 자연 환경과 뛰어난 조화를 이루는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5궁 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지닌 궁궐이라 평가 받는 창덕궁은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습니다.



▲ 사진9,10  2013년 창덕궁에서 열린 음악회의 모습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창덕궁에서는 두 가지 공연을 즐길 수 있는데요. 다음 달 22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에는 ‘창덕궁 산책’을 오전 11시에는 ‘낙선재 음악회’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창덕궁 산책’은 꽃과 나무, 연못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후원을 산책하며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매회 40명씩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되는데 매번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에는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실장 등의 해설로 우리음악과 함께하는 역사 인문학 강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5월 25일과 28일 창덕궁 산책에서는 ‘정조와 세종은 무엇이 달랐나?’ 라는 주제로 국가경영이나 인재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도 달랐던 정조와 세종에 대한 강의와 함께 대금독주곡 ‘요천순일지곡’, 궁중무용 ‘춘앵전’ 등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6월 1일, 8일에는 정조와 의빈성씨의 사랑, 효명세자와 누이의 사랑, 숙종과 숙빈 최씨의 사랑 등 ‘국왕과 세자의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15일과 22일에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인 ‘정조와 효명세자 이야기’를 배우 유인촌의 해설로 풀어냅니다. 별다른 무대 없이 진행되지만 ‘창덕궁 산책’은 해설이 있는 국악 공연으로 그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낙선재 음악회’에서는 5월 25일, 28일에 조선 최고의 결정권자였던 여인 ‘정희왕후 이야기’, 6월 1일과 15일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여인 ‘김만덕 이야기’, 6월 8일, 22일에는 현종과 짧지만 애틋한 사랑을 나눈 ‘경빈 김씨 이야기’ 등 조선 여인들의 이야기에 산조, 판소리, 궁중무용 등이 더해져 조선의 풍류가 흐르는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 사진11,12  덕수궁 준명당과 석조전

 

‘덕수궁 돌담길’은 가보지 않은 사람도 익히 그 명성을 알 만큼 유명한 곳인데요. 길게 늘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누구도 그 아늑한 정취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현재의 덕수궁은 본래 세조의 큰 손자인 월산대군의 개인 저택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인해 모든 궁이 소실되자 선조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면서부터 점차 궁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광해군에 의해 ‘경운궁’이라는 정식 궁호를 받았고 조선왕조의 별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경운궁은 1907년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한 뒤 이 곳에 머무르게 되면서 고종의 장수를 비는 뜻에서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대한제국의 정궁으로 사용된 덕수궁은 일제강점기 때 궁궐 영역이 여러 대사관과 개인들에게 넘겨져 현재의 규모는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축소되었지만 1900년대 초반 서양식 건물들이 추가로 세워지면서 한국 전통의 멋스러움과 근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고궁입니다.



▲ 사진13  2013년 덕수궁에서 열린 음악회의 모습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덕수궁에서는 전통악기의 선율과 기타, 트럼펫 등의 소리가 어우러진 퓨전국악음악회와 음악과 동화를 만나게 해 줄 이색적인 음악회가 5월 31일부터 6월 15일까지 매주 주말 오후 7시 30분 함녕전에서 열립니다.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월드뮤직밴드 아트키키’와 음악그룹 ‘고래야’가 각각 5월 31일과 6월 1일에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며 6월 7일과 8일에는 여성 국악실내악단 ‘다스름’ 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주와 함께 애니메이션 <이젠 안녕>,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 상영이 이루어집니다. 14일, 15일에는 대금과 해금, 피리 등의 연주로 흥겨운 공연이 마련되고 애니메이션 <보이지 않는 아이>, <나 비뚤어질 거야!>가 상영됩니다.




▲ 사진14  종묘

 


종묘는 역대 임금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향의식을 행하는 장소로 왕실의 근본이자 정통성의 기반을 상징하는 곳이었습니다. 종묘는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후 가장 먼저 입지와 배치를 결정하고 지은 건물로 궁궐보다 앞선 1394년에 지어졌습니다.

 

종묘에서 역대 왕조의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종묘제례라고 하는데 종묘제례에서는 음악과 노래 및 춤으로 구성된 종묘제례악이 함께 하였습니다. 종묘제례악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악적 특성을 가졌으며 제례에 걸맞게 장엄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이는 조선 오백년사를 거쳐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는데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종묘는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되었습니다.


 

▲ 사진15  2013년 종묘 음악회에서 '종묘제례악'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

 


신성하고 숭고한 공간인 종묘에서는 5월 24일부터 6월 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종묘제례악이 연주됩니다. 종묘제례악은 국왕의 효심에 감동한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는 축제적 의례입니다. 즉, 한 개인의 평화가 아닌 나라가 태평과 백성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연주하는 음악인 것이죠. 때문에 선왕의 공덕을 기리는 노래를 지어 악기연주에 맞춰 부르며 이를 춤으로 표현합니다.

 

종묘제례악에 쓰인 음악은 왕의 문덕을 칭송하는 <보태평>과 무공을 칭송하는 <정대업>이 대표적인데요. 세종 대에 우리 음악인 향악을 바탕으로 창제되어 세조 대에 이르러 종묘제례악으로 연주된 이래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노래와 악기연주, 춤이 서로 독립되지 않고 ‘악기무 일체’의 종합적인 구성으로 존재하는 종묘제례악은 종묘 재궁에서 열리며 종묘제례악의 역사와 음악적 가치, 구성 악기에 대한 소개 등의 해설이 더해져 선보일 것입니다.


 

▲ 사진16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 포스터

 

경복궁 음악회

5월 24·25일 오전 11오후 1

창덕궁 음악회

창덕궁 산책-5월 25·28, 6월 1·8·15·22일 오전 9

낙선재 음악회-5월 25·28, 6월 1·8·15·22일 오전 11

덕수궁 음악회

5월 31, 6월 1·7·8·14·15일 오후 7시 30

종묘 음악회

5월 24~6월 28일 매주 토요일 오전 10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의 모든 공연은 무료로 진행됩니다. 초록이 넘실대는 싱그러운 여름날 조선 역사와 문화의 산실 고궁에서 우리가락과 몸짓의 풍류와 운치를, 그 깊은 울림을 가슴 가득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사진 출처

-표지 및 사진 1~7 직접 촬영

-사진 8,11,12,14  문화재청 홈페이지

-사진 9,10,13,15,16  <고궁에서 우리음악 듣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