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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장소영 감독과 함께하는 '뮤지컬 100배 즐기기'

by KOCCA 2011. 10. 18.

 

 




11년 10월 12일 서울 목동에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카데미 강당'에서 뮤지컬 음악감독 장소영의 '뮤지컬 100배 즐기기'란 강연이 열렸습니다. 뮤지컬이 아직 영화나 드라마보단 보는 사람이 적다고 해도 점점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고, 또한 연예인을 동원한 뮤지컬 덕에 뮤지컬 산업이 점점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덕분에 뮤지컬에 관심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강의실을 메웠습니다. 


 이 강연이 특별했던 이유는 장소영 음악 감독이 우리만의 '창작 뮤지컬'을 전문으로 감독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양의 유명한 작품은 잘 알지만 창작 뮤지컬은 뭐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정서를 담고, 이미 닦아놓은 길보다는 자신이 길을 닦는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창의적인 작품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이 날은 작품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뮤지컬의 다양한 이야기를 장소영 감독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굉장히 흥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장소영 감독님은 한국종합예술학교 학부장으로 계시고,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으로도 계십니다. 대표작으로는 늑대의 유혹, 피맛골 연가, 투란도트, 형제는 용감했다 등이 있습니다.

 

<작곡에서 공연까지>


 뮤지컬에 장면마다 어떠한 곡을 사용할 것인가부터 배우 섭외까지는 수 개월이 걸립니다. 공연이 완성되면 결과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배우들마다 생각이 각자 달라 배우들간의 스타일을 조화시키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것이죠.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어느 정도 최소화하기 위해 감독은 장면마다 대충의 틀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연습시킵니다.

 

 

 일단 연기, 노래 등 각 분야별로 한두 달 짜임새있게 연습을 시킵니다. 그 다음에 통합 연습을 하지요. 마지막으로 무대 연습을 하구요. 무대연습을 한 다음에도 끊임없는 수정을 거칩니다. 


 오디션 경쟁률은 수십 : 1에서 많게는 100 : 1까지도 되지만, 요즘은 배우를 직접 모셔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잘 나가는 연예인으로 말이죠. 배우보고 오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는 JYJ의 준수가 나오는 날에는 엄청난 팬의 힘으로 매진되었고 일본에서도 JYJ의 준수를 보러 단체 관람을 온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말을 모르면 하나도 재미가 없는데 이렇게 배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뮤지컬은 들어오기 전 이미 매 때마다 수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따로 수정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만 창작 뮤지컬은 그렇지가 않아요. 저희가 처음이기 때문에 수정을 거쳐야 하는 거죠.
 워크샵 때에는 어색한 부분을 바꾸고, 관객을 직접 초청하는 프리뷰 공연으로 넘어갑니다. 아직 100% 완성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프리뷰는 본 공연보다 싼 가격으로 표를 파는데 이 프리뷰는 참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프리뷰를 본 사람들이 남긴 후기가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죠. 그리고 재공연 할 때는 후기를 종합하여 공연을 수정합니다.

 

<누구나 뮤지컬 작곡가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표현욕구는 있습니다. 작문과 작곡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설령 악보를 못 그려도 감성은 다릅니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 어떠한 '감'으로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일 수 있듯이 작곡을 배우지 않아도 좋은 곡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그에 상응하는 지식과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궁중요리를 요리를 안 배우고 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따릅니다.

 

<창작 뮤지컬의 미래?>


 한국에서 상연되는 뮤지컬은 거의 서양에서 들여온 것인데, 제가 독일에 갔을 때 '왜 너네 나라 뮤지컬은 없냐'라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서양 뮤지컬을 들여오더라도 한국의 정서를 담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서양 악기가 흉내내기 어려운 정서가 있습니다. 恨의 정서는 우리나라에만 있을 뿐 다른 나라에는 없습니다. 우리 악기는 恨의 정서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지만 서양 악기는 그렇지가 않아요. 또한 '신명난다'라는 감정을 풍물놀이의 악기처럼 잘 나타내주는 게 없습니다.


 제가 일본에 'Le mizerable'을 보러 갔는데, 그냥 서양의 레 미제라블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일본 정서를 도입시켜서 철저히 일본화를 한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자국의 정서를 잘 드러냈기 때문에 샘이 날 정도였지요. 제가 감독한 작품 중 '영웅을 기다리며'는 이순신을 패러디한 작품인데, 국악이 참 잘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장소영 감독이 말하는 뮤지컬 100배 즐기기>

 



 영화든 뮤지컬이든 한 번 보고 마는 경우가 많죠? 책도 그렇구요. 하지만 같은 작품을 두 번째, 세 번째 봤을 때 뭔가 다른 게 발견되고 느낌도 다르죠? 뮤지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배우만 보고 갔는데 보면 또 볼수록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감상이 달라집니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이 말이 뮤지컬에도 적용이 됩니다.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에 내용을 잘 알고 가야하고, 또 삽입곡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좋습니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 내용에만 신경써서 노래는 뒷전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감동이 반감되지요.

 또한 많은 뮤지컬 중에서 골라서, 또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보아야 합니다. 무대의 매력이란 관객들로 하여금 선택을 허락하는 것이지요.

 

<장소영 감독이 말하는 이 일의 매력>


 아시다시피 뮤지컬 배우와 스탭들은 첫 공연까지 많은 고생을 합니다. 정식 공연에서 배우들은 막이 올라가기 전 손을 모으고 의기투합을 합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의 박수소리를 받죠. 배우들은 이 때 마치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 일이 너무 힘들어서 '아, 내가 이 공연 끝나고 다시는 뮤지컬 하나 봐라.' 라는 생각을 공연 준비때마다 하는데 이렇게 관객의 박수를 받고는 '정말 이 일을 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뮤지컬에서는 화합이 매우 중요한데 감독은 바로 이 '화합'을 제대로 시켜야 합니다. 다른 개성의 배우를 볼 때마다 공연을 잘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지요.

 


 

<질문>


1. 뮤지컬 감독과 음악감독의 경계

 - 뮤지컬 연출은 전체를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기획하며, 음악감독은 장면과 음악의 조화를 꾀합니다.

2.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중 재밌게 본 것은?

 - 일단 제가 감독한 작품은 다 좋아하구요. 다른 사람의 작품 중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영웅'입니다. 아이디어가 독특하기 때문이죠. 안중근의 독립운동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으로 마치 '방자전'처럼 옛날 이야기를 독특한 관점에서 서술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3. 뮤지컬은 대본에 음악이 맞춰 정해지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나요?

 - 저는 감정이 앞서가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음악이 주체가 되도록 하는 편입니다. 대본에 곡이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존재하죠. 예를 들어 '늑대의 유혹'은 '이 노래만은 꼭 넣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허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일단 줄거리가 좋아야 호응을 받습니다. 


4. 영화의 뮤지컬화는 흔한데 뮤지컬의 영화화도 있나요?

 - 물론 있습니다. '김종욱 찾기'가 대표적이죠. 제가 그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를 봤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뮤지컬만의 기운이 없더라구요. 디지털에서 나타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기와 감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5. 기존의 드라마 작가 양성 과정처럼 뮤지컬 작가 양성 과정도 있나요?

 - 거의 없습니다. 대학에 있는 뮤지컬 관련 학과도 거의 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뮤지컬 작가 양성 과정이 생기려면 일단 시장이 더 커져야 하는데 아직은 뮤지컬 인구가 적다보니 양성 제도가 미비합니다.


6. 감독으로서 감성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 제가 삶에 치이다보니 감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 저에게도 남은 감성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다가 정신을 놓고 길을 잘못 들어 실수로 임진각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라는 죄책감대신 풍경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그 때 '아, 내 감성이 아직 살아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죠.


7. 한국적인 음악으로만 작품을 만들고 싶나요 서양음악과 조화를 하시고 싶으신가요?

 - 저는 서양음악과 조화가 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서양화'가 되어 국악이 상당히 낯설어요. 그래서 국악을 조금씩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사실 국악으로만 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모험이고, 이건 국악 전문가가 해야 합니다.
 국악은 서양악기와는 달리 음이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그라데이션과 같은 느낌을 주죠. 이 특성이 서양 악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8. 요즘은 컴퓨터로 작곡하는데, 작곡의 과정은 어떻습니까?

 - 악기로 작곡을 할 때에는 음표를 적으면서 음을 상상을 해야 했는데 컴퓨터로 작곡을 하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청음이 가능하니까요. 저도 시퀀서와 로직을 배우면서 이것들을 쓰는 작업에 맛을 들였는데 작곡가들에겐 각자 잘 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분업을 시킵니다. 각자 맞는 프로그램과 맞는 방식으로요.

 

9. 취미는 무엇인가요?

 - 취미는 없습니다. 그냥 쉴 때 자기, 멍하니 있기요? 뮤지컬 감독같이 저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일에만 신경쓰기 때문에 일상 생활력이 떨어져요.

 

 뮤지컬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 장소영 감독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작곡은 여러 역할을 해봐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뮤지컬을 볼 때면 작품의 내용에만 신경썼고 음악은 부수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강연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음악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쪽으로요. 이번 강연으로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졌고, 또한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창작 뮤지컬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